[렛츠 리뷰] 라크리모사

라크리모사 렛츠리뷰에 당첨되었습니다. 책을 받았는지는 오래 되었는데 이제사 씁니다......(적다보니 리뷰 마지막날이군요orz)

감평에 재주는 없지만,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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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지막한 오후, 방문객도 거의 없는 언덕 위의 도서관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도서관 사서인 루카르도는 귀여운 딸이 오기를 기다리며 뒷정리를 하다가 두통의 전화를 받는다. "도서관 관장이 연쇄살인범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어서 도서관에서 나오십시오."라는 경찰의 전화와 "절대로 도서관을 벗어나지 마세요!"하는 급박한 여자 목소리의 전화. 그리고 도서관에 감춰져 있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라크리모사---라는 책 제목이 '눈물의 날'이라는 뜻이고, 내용에 <파우스트>와도 비슷한 악마와의 거래가 있다는 것만 듣고 바로 책신청을 넣었습니다. 서늘한 녹청색 그림자가 드리워진 도서관 내부를 그린 표지도 신청을 클릭하는데 한몫 했지요. (그런데 설마 진짜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오오오 처음 신청했는데 걸려버렸어!!! 하고 깜짝 놀랐어요;) 기대감에 두근두근 거리며 박스를 뜯은 저.

책 두께는 굉장합니다. 400쪽이 넘습니다. 한번 펴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쉽게 펼 수가 없었습니다만, 일단 잡으니 금방 읽히더군요. 이틀에 걸쳐 다 읽었는데, 중반부에 접어들어서는 손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옆에서 누가 뭔가를 물어보았는데 대답을 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간단한 질문이었는데 책 내용에 완전히 정신이 쏠려있어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몰입도가 강해요. 문체는 명확하고 짧은 문장이라,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며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책이 두껍긴 하지만 무기로 쓸 수는 없습니다(...) 보통은 책이 두꺼우면 모서리로 찍혔을 때 골로 간다는 위기감이 들기 마련인데, 북커버 덕분에 모서리 선이 부드러워서 그런 느낌은 없고 책 자체도 두께에 비해서 가볍습니다. 들고 읽기 딱 좋네요.)



간략 평을 하자면, 현실에 판타지가 섞인 스릴러물이라는 느낌입니다.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주의해 주세요!)



















악마와 거래를 해서 세상의 멸망을 막아야 하지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은 멸망을 막기 위해, 라기 보다 자신의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도서관 안을 뛰어다니고 경찰은 나름대로 도서관 바깥의 수수께끼를 풀려하고, 그 와중에도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그리고 책 처음부터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끝에서 찰칵찰칵 하나씩 맞아들어가 대단원에서 하나로 맞춰지며 완전한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라크리모사는 이 수수께끼의/를 위한/에 의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금 넘겨짚기를 하자면) 작가님은 어떤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 책을 쓰신게 아닐까 해요. 그 정도로 이 책의 초점은 구성에 맞춰져 있고, 인물들은 정해진 운명의 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깔아놓은 복선이 마지막 장에서 하나하나 맞아들어 가는 과정은 찬탄이 나올 정도예요. 특히 레오나르와 주인공, 관장의 거래를 읽다보면 그야말로 "이 악마!!!"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교묘하지 않나요?:)



하지만 작가가 구성에 치중하며 움직인 탓인지, 캐릭터들은 상대적으로 생동감이 떨어지네요. 레오나르가 제일 강렬하며 루카르도가 그 다음. 레오나르는 작정하고 매력적으로 썼다는 느낌이라 등장인물들 중에서 매우 튀어보였습니다. 가볍고 독특한 말투와 행동. 만화적으로 보이기도 했어요. 루카르도는 위치 탓에(글 중에서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었을 겁니다. 이곳에 있었으니까 내가 되었지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죠) 말려든 탓에 꽤 수동적이고 어리버리한 면을 보이죠(...).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서 사건 진행이 중간중간 늦춰지기도 하구요. 답답하기도 했지만, 독자들을 안내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_^;

티에로는 엄격한 경찰, 이지만 너무 냉철한 탓인지 평면적이란 느낌이었고......소피타는 비밀을 감추고 있었으니 깊이있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겠지......싶지만 역시 피상적입니다;; 더도 덜도 아니고 딱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느낌입니다. 필요할 때 튀어나와서 적당한 기능을 하고 들어가는 도구요. 등장 시간이 짧아서 개인적인/감정적인 면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책의 결말 역시 '구성을 위한 책'에 걸맞게 매듭지어 집니다. '열린 결말'이라고 어느 감상글에서 읽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이렇게 사람들의 의견이 갈라지는 것 자체가 열린 엔딩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에필로그에서 루카르도는 '다섯번째'가 됩니다. 즉 루카르도는 루카르도가 아니게 됩니다. 뭔가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그토록 발버둥쳤건만, 결국 처음부터 이야기는 예정된 운명을 따라 흘러가 버렸고 일은 정해져 있던 그대로 되었습니다. 그는 딸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고, 영화를 보고 싶고 책을 읽고 싶어하고, "이제 뭘 하지?"하고 중얼거립니다. 아마 기억도 외모도 예전대로 가지고 있겠지만, 그는 더이상 루카르도가 아니지요.

모든 것은 운명대로. 예정되었던 대로.
어떤 필사적인 저항과 노력도 소용없이.

라크리모사 - '눈물의 날'에 참으로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닌가요.
렛츠리뷰

by 푸른깃 | 2008/05/28 00:08 | 감상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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